1. 서 론
오늘날 인구의 대도시 집중화 현상으로 건축물의 양식은 고층화•복합화 되는 추세이다. 건축법 시행령에서 층수가 50층 이상 또는 높이가 200 m 이상인 건축물을 초고층 건축물로 정의하고 있으며, 한국은 2016년 기준으로 중국, 미국, UAE에 이어서 세계 4위의 초고층 건축물이 건설되고 있다(Lee, 2017). 초고층 건축물은 국가의 자본력과 기술력의 상징으로 도시의 랜드마크(landmark)의 기능을 가지고 있지만, 화재 시 일반 건축물에 비하여 많은 취약성이 노출되어 있다. 초고층 건축물은 높이에 따라 피난 거리가 길어지고, 연돌 효과로 인한 화재열, 농연 및 연소의 이동속도는 높이에 비례하여 증가한다(Tamura, 1994).
초고층 건축물은 수직 또는 수평 동선이 매우 길고, 복잡하여 소방대의 접근성 및 현장 활동 시 장애 요소가 곳곳에 산재해 있다. 초고층 건축물은 다수 인원의 수용으로 인하여 화재 시 계단, 엘리베이터 등의 시설은 대피자들로 인한 혼란으로 소방공무원들의 현장 진입에 방해가 되고, 엘리베이터의 이용은 사실상 불가능하여 불가피하게 계단 등을 통하여 진입하여야 한다(Kim, 2012). 소방방화복의 착용은 평상복 착용과 대사율을 비교하면 평지에서 걷기 시 15%, 계단 오르기는 21%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Dorman and Havenith, 2005). 따라서 일반적인 화재 현장보다 소방공무원의 강한 체력이 필요하다.
화재라는 고온환경에서 소방활동 능력은 크게 감소되며, 감소의 정도를 결정하는 요인은 매우 다양하게 존재한다. 일반적으로 신체활동 시 신체의 에너지원 중 하나인 글리코겐 고갈이 피로유발에 중요한 작용을 한다(Saltin and Karlsson, 1971). 그러나 화재진압 시 글리코겐이 고갈되기 전에 화재라는 고온환경과 신체의 열발산을 막는 소방방화복의 착용으로 인한 체온의 증가가 피로유발에 더 중요하게 작용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Bridge et al., 2003). 특히 체온에서 심부온도의 증가는 중추피로를 빠르게 유발하는 원인이 되며(Nybo, 2008), 화재진압 시 심부온도의 빠른 상승은 뇌의 신경전달물질의 변화를 유발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Nybo and Secher, 2004; Yoo et al., 2015). 이러한 변화는 소방활동 시 직무수행의 능력 감소, 의욕상실 및 중추피로를 증가시켜 소방활동 능력의 저하를 가져올 수 있다.
중추피로를 유발하는 신경전달물질로는 serotonin, dopamine, norepinephrine, acetylcholine 등이 있으며, 이 중 serotonin은 통증, 체온조절, 혈압, 수면, 감정조절 및 공격성 등 다양한 인체변화에 관여를 한다(Kuhn and Arthur, 1999). 운동으로 인한 serotonin 농도의 증가는 뇌에서 중추피로를 유발하여 운동을 지속하려는 의지를 상실시킨다(Hori and Harada, 1976). 특히, 체온의 증가는 뇌에서 serotonin 활성도를 증가시키며, 고체온증이 유발될 경우 뇌에서 serotonin 농도 증가를 더욱 가속화하여 중추피로를 쉽게 유발한다(Bridge et al., 1999). 반면, dopamine은 뇌에서 심리적 각성상태를 유지함으로써, 운동 중 유발되는 중추피로를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Bridge et al., 2003). 또한, 혈관확장 기능을 통하여 체온조절에도 관여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Cox and Lee, 1980). 하지만 소방활동이 중추신경전달물질에 미치는 영향에 대하여 명확히 알려져 있지 않은 상태이며, 초고층 건축물 화재진압 수행에 따른 중추신경전달물질에 관련된 연구는 전무한 실정이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소방공무원을 대상으로 초고층 건축물 화재진압 수행에 따른 중추신경전달물질(serotonin, dopamine)의 변화를 조사하여 중추피로의 객관적인 자료를 제공하고자 시도하였다.
2. 연구내용 및 방법
2.1 연구 대상
본 연구는 C시 및 K도에 배속된 소방공무원 10명으로 실험 전 실험의 취지와 방법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들은 후 실험 참가 및 동의서를 작성하여 제출하였다. 또한, 본 연구의 윤리적 보호를 위해 K대학교 생명윤리위원회(IRB)의 심의를 거쳐 연구승인을 받은 후 실험을 진행하였다(IRB No. 1040460-A-2017-022). 연구대상자의 신체적 특성은 Table 1과 같다.
2.2 실험 절차 및 방법
본 실험은 2가지 실험처치로 소방장비처치(FPE, firefighting protective equipment)와 비교처치(CON, control)로 진행하였다(Fig. 1). FPE는 소방방화복, 공기호흡기 및 개인보호구(두건, 안면부 마스크, 헬멧, 장갑, 부츠)를 착용하였으며, 방화복 내부에는 반팔 티셔츠와 반바지를 착용하였다. 이 때 소방방화복은 6.6 kg이었으며, 공기호흡기는 11.3 kg이었다. 참가자가 소방방화복 및 공기호흡기를 포함한 모든 장비의 착용 시 무게는 약 22 kg이었다. CON은 반팔, 반바지를 착용하였다. 각 처치는 무작위(random), 교차연구방법(cross-over study)으로 실시하였으며, 측정 시 측정결과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일주일간의 측정 간격을 두었다.
가상화재상황은 K대학교 공과대학 내에 -20~+50℃의 온도 조절이 가능한 쳄버(chamber) 내에서 온풍기를 이용하여 내부공기온도를 건구온도계를 이용하여 35±3℃, 습도 30±5%로 설정하였다(Kim and Shim, 2008). 운동 프로토콜은 초고층 건축물 화재 시 계단을 통한 화재층 접근으로 Yoo (2014)의 연구를 참고하여 수정하였다. 참가자들은 트레드밀을 이용하였으며, 운동시간 15분, 속도는 4~5 km, 경사도 11°로 실시하였다.
체온은 고막온도(tympanic temperature)를 측정하였다. 고막온도는 헬멧과 안면부 마스크의 착용으로 운동 시 측정은 불가하여 안정 시, 운동 직후 및 회복기 60분 동안 IRT-6520 (Braun Co., USA)을 이용하여 측정하였다.
운동자각도(rating of perceived exertion, RPE)는 Borg (1982)의 10 RPE Scale(0-10 Scale)을 이용하여 측정하였으며, 0은 “전혀 아무렇지 않다” 이며, 10은 “운동강도가 최대이다”를 나타낸다.
혈액 변인은 혈당, 젖산과 중추신경전달물질(serotonin, dopamine)을 측정하였으며, 실험 시행 1일 전 저녁 식사 후 12시간 동안 금식을 하였다. 실험 당일 참가자는 실험실에 도착하여 30분간 안정을 취한 후 상완정맥에 카테터(catheter)를 꼽고 안정 시 혈액을 채혈하였다. 30분 후에 운동을 시작하였으며, 운동직후, 회복기 30분, 1시간에 각각 10 ml씩 채혈하였다. 채혈한 혈액은 항응고 처리된 tube (EDTA tube)에 넣어 즉시 4℃에서 3000 rpm으로 15분간 원심분리 하였으며, 이를 녹십자에 의뢰하여 분석하였다.
3. 결과 및 분석
체온의 결과는 Fig. 2와 같다. 고막온도의 변화는 시기(F(1,18)=36.888, p=.000), 처치(F(1,18)= 4.572, p=.046)의 주 효과, 시기와 처치의 상호작용효과(F(1,18)=3.119, p=.001)에서 유의한 차이가 나타났다. 시기별 두 처치 간 비교에서 운동 직후(t=4.927, p=.000), 회복기 5분(t=2.560, p=.020), 회복기 10분(t=2.437, p=.025)에 FPE는 CON보다 고막온도가 유의하게 높게 나타났다.
운동자각도의 결과는 Fig. 3과 같다. 운동자각도의 변화는 시기(F(1,18)=80.459, p=.000)와 처치(F(1,18)=46.858, p=.000)의 주 효과에서 유의한 차이가 나타났으며, 시기와 처치의 상호작용효과(F(1,18)=4.366, p=.016)에서도 유의한 차이가 나타났다. 시기별 두 처치 간 비교에서 운동 후 모든 시기에서 FPE는 CON보다 운동자각도가 유의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화재상황의 고온에서 화재진압 활동 시 체온은 현저히 상승하게 된다. 화재 시 높은 주위온도와 소방활동으로 인한 신체 내 대사열의 생산은 체온을 증가시킨다(Hancock, 1982). 이는 근력 혹은 근 수축력 감소, 신체활동능력 감소, 피로감 증대 등 여러 형태의 장애를 초래한다(Watson et al., 2005; Thomas et al., 2006; Hargreaves, 2008). 본 연구에서 고막온도는 FPE가 CON보다 높게 나타났다. 이는 신체를 보호하기 위해 착용하는 소방방화복과 헬멧, 장갑, 안전화 등의 보호구는 단열성능이 매우 높아 화재진압 활동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신체 대사열과 땀의 배출을 억제시킨다. 이로 인한 신체의 열이 체내에 축적되어 피부로의 말초혈류량의 증가로 인하여 체온 상승을 초래한다(Lim et al., 2008). 또한, 소방방화복과 공기호흡기의 착용으로 무게 및 가동범위의 제한으로 인한 작업부하의 증가로 인한 결과이다(Duggan, 1988). 이는 운동강도의 주관적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운동자각도 측정에서도 운동 중 모든 시기에서 FPE가 CON보다 높게 나타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혈당, 젖산, serotonin과 dopamine의 결과는 Table 2와 같다.
혈당의 변화는 시기의 주 효과, 시기와 처치의 상호작용효과는 유의한 차이가 나타났지만, 처치의 주 효과에서는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시기별 두 처치 간 비교는 운동 후에서 FPE가 CON보다 혈당이 유의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t=2.751, p=.017). 유산소 및 무산소 운동 시 에너지 동원으로 인하여 혈당 수준은 상승하며, 본 연구에서도 두 처치 모두 운동 후에 혈당 수준은 증가하였다. 이는 운동으로 혈당 사용이 높아지면서 간에서 생성되는 혈당의 분비량이 높아지기 때문이다(Sung et al., 2015). 시기별 두 처치 간 비교에서 FPE가 CON보다 운동 후에 유의하게 높게 나타났으며, 회복기 30분에도 높은 경향을 보였다. 이는 FPE가 장비 착용으로 인하여 무산소적 운동의 형태에 가까운 고강도 운동이라 할 수 있으며, 젖산의 결과에서 FPE가 운동 후, 회복기 30분에 CON보다 높게 나타났다.
젖산의 변화는 시기의 주 효과, 처치의 주 효과, 그리고 시기와 처치의 상호작용효과 모두에서 유의한 차이가 나타났다. 시기별 두 처치 간 비교에서 운동 후(t=3.981, p=.001), 회복기 30분(t=2.166, p=.049) 에서 FPE가 CON보다 젖산이 유의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혈중 젖산은 운동강도에 비례하여 비직선적으로 증가한다. 본 연구의 젖산 결과는 화재라는 고온환경과 소방장비 착용으로 인한 작업부하 증가의 복합적 작용으로 인하여(Kim et al., 2002), FPE가 CON보다 근육 내 젖산의 축적이 높게 나타났다. 젖산은 근육 운동의 무산소적 대사물이며 체내에 축적될 경우 근육의 수소이온 농도 증가, pH 농도의 감소, 세포의 산성도가 증가하여 해당과정에서 작용하는 효소의 활성도를 억제시켜, 근 수축작용의 저하를 가져와 소방활동 능력을 방해하는 피로의 원인이 된다(Bonen and Belcastro, 1976). 또한 젖산의 축적은 중추에 피로감을 전달하는 신경전달물질인 serotonin의 상승을 자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Kreider, 1999).
본 연구에서 serotonin의 변화는 처치의 주 효과에서는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시기의 주 효과, 시기와 처치의 상호작용효과에서 유의한 차이는 나타났다. 시기별 두 처치 간 비교는 운동 후에 FPE가 CON보다 serotonin이 유의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t=3.514, p=.007). 여러 선행연구에서 운동 후 serotonin의 증가를 보고하고 있으며(Bailey et al., 1993; Kubitz et al., 1996), Kim (2015)은 운동강도에 따른 serotonin의 변화에서 운동직후 고강도(85% VO2max)운동 조건이 저강도(50% VO2max)운동 조건보다 더 높은 serotonin 농도를 보였다. 본 연구에서도 소방장비를 착용한 FPE가 CON보다 높은 serotonin 농도를 나타내었다. serotonin 농도의 증가는 도파민성 뉴런의 억제작용으로 각성수준을 감소시켜 중추피로를 유발하는 작용을 하지만, 지속적인 훈련은 serotonin의 중추피로 유발 기전이 감소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Oh, 1999).
dopamine의 변화는 시기의 주 효과에서만 유의한 차이가 나타났으며, 처치의 주 효과, 시기와 처치의 상호작용효과에는 유의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중추피로가 유발되는 시점에서 serotonin 증가와 함께 dopamine은 감소하는 것으로 보고하였다(Davis and Bailey, 1997). 그러나 본 연구에서는 상반된 결과로 운동직후 serotonin 농도의 유의한 증가와 함께 dopamine의 경우 통계적 유의한 차이는 없었지만, 다소 증가하는 경향을 나타내었다. Kim et al. (2008)은 단시간의 고강도의 무산소 운동에서 dopamine 증가를 보고하였으며, Kim et al. (2001)은 운동강도 및 지속시간에 따라 분비되는 dopamine 농도가 달라질 수 있음을 보고하고 있다. 이러한 dopamine 농도의 증가는 운동동기 유발, 심리적 각성수준의 상승, 훈련으로 인한 운동내성 증가가 원인이 될 수 있는 것으로 보고하였다(Bridge et al., 2003). 그러므로 본 연구에서 dopamine 농도의 결과는 연구의 참여자가 일반인이 아닌 소방공무원으로서 그들의 규칙적인 소방방화복의 착용과 훈련으로 인하여 소방활동을 오래 지속할 수 있는 운동내성의 증가로 인한 결과라 생각된다.
따라서 serotonin과 dopamine은 체력 수준과 작업강도에 의해 좌우된다고 볼 수 있으며, 이를 검증하기 위한 후속연구로 소방공무원들의 체력 수준을 구분하고, 다양한 작업강도를 반영한 연구가 필요한 것으로 생각된다.
4. 결 론
본 연구는 소방공무원을 대상으로 초고층 건축물 화재진압 수행에 따른 체온, 운동자각도, 혈당, 젖산 및 중추신경전달물질(serotonin, dopamine)의 변화를 알아보고자 하였다. 그 결과, dopamine을 제외한 고막온도, 운동자각도, 혈당, 젖산과 serotonin에서 시기와 처치의 상호작용효과에 유의한 차이가 나타났다. 이상의 연구결과는 초고층 건축물 화재진압 수행 시 소방공무원의 안전을 위한 중추신경전달물질의 변화에 대한 기초 Database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본 연구에서 체력 수준과 작업강도가 중추신경전달물질의 변화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으며, 추후연구에서 소방공무원들의 체력 수준을 단계별로 구분하고, 초고층 건축물 화재진압 수행 시 다양한 시뮬레이션의 적용에 대한 심층적인 연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