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재난 대비를 위한 지역사회 참여형 방재교육의 실천적 개선방안 연구
Practical Strategies of Enhancing Community-Based Participatory Disaster Education for Large-Scale Disaster Preparedn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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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현대 재난은 기후위기, 도시화 등 복합적 요인에 의해 더욱 빈번하고 복잡하게 발생하며 이에 따라 방재교육에 대한 패러다임의 전환이 요구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법령 등의 제도적 기반을 갖추었음에도 불구하고 운영방식에서의 한계점이 있다. 여전히 정보전달 중심의 교육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학습자의 주체성, 지역사회 협력, 교육의 지속성 확보에 부족함이 있다. 반면 일본은 한신⋅아와지대지진과 동일본대지진을 계기로 방재교육을 실천 중심, 지역 연계형, 문화 내재형으로 전환하였다. 본 연구는 국내 방재교육의 구조적 한계를 진단하고, 지역사회 참여형 방재교육 실천방안을 제안하기 위해 일본의 사례를 분석하였다. 그 결과 학습자가 지역 기반에서 재난 리스크를 스스로 인식하고 대응할 수 있는 구조적⋅문화적 기반이 중요함을 확인하였다. 이에 국내 방재교육은 단편적 생존기술 교육에서 벗어나 시민성과 공동체 회복력을 함양하는 교육으로 재구성되어야 하며 교육기관과 지역사회 간 협력 체계 구축, 생활문화로의 전환 등이 실천되어야 한다.
Trans Abstract
Owing to factors like climate change and urbanization, modern disasters are becoming more frequent and complex, which demands a paradigm shift in disaster education. Centered on top-down delivery and lacking learner agency, local engagement, and sustainability, this study examines the structural limitations of Korea’s disaster education. Japan’s experience after the Great Hanshin-Awaji Earthquake and the Great East Japan Earthquake is used to highlight a shift toward practice-based, community-integrated, and culturally grounded education. Furthermore, the Japanese case underscores the importance of empowering learners to recognize and respond to disaster risks within local contexts. Accordingly, the study argues that Korea should transition from survival-focused education to models that foster civic competence and community resilience. To support this, disaster education must be embedded into everyday life and supported by collaboration between schools and communities. The findings offer practical insights for building a participatory, sustainable disaster education system that is aligned with local needs.
1. 서 론
현대사회는 기후위기, 도시화, 인구 밀집 등 복합적 요인으로 인해 재난의 발생 빈도와 규모가 점점 더 커지고 있으며, 그 양상도 점차 복잡⋅다변화되고 있다(Renn and Lucas, 2022). 이에 따라 재난대응의 패러다임은 중앙정부 중심의 일방적 통제 방식에서 벗어나, 지역사회 구성원이 스스로 재난 위험성을 인지하고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이 요구된다(Lee and Yoo, 2008; Yang, 2010; Kim and Lee, 2024). 이는 단순한 조직 개편이나 법⋅제도의 정비만으로는 달성하기 어렵기 때문에 실질적인 지역사회 기반의 방재교육이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Yamori, 2010; Gwee et al., 2011). 국내에서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국민 안전교육 진흥 기본법」 등을 중심으로 제도적 기반을 구축하였으며, 유아기부터 노년기까지 생애주기별로 맞춤형 안전교육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 소방청, 민방위 등 다양한 기관들도 일반 주민을 대상으로 교육과 훈련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양적 확대와 제도적 정비에도 불구하고, 실제 재난 상황에서 방재교육이 효과적으로 작동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Kang et al., 2023; Jang and Lee, 2024).
국내 선행연구와 현장 평가를 통해 드러난 국내 방재교육의 한계는 다음과 같다. 첫째, 교육 주체가 정부나 전문가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어 학습자의 능동적 참여와 자기주도성이 부족하다(Park, 2016; Yu, 2016; Choi and Choi, 2018). 둘째, 교육 내용과 방식이 획일화 및 형식화되어 있으며, 지역별 재난 유형이나 특성을 반영한 교육은 미흡한 실정이다(Yu and Son, 2018; J. Choi et al., 2019; Lee, 2023). 셋째, 교육과 지역사회 행정 운영 간의 실질적인 연계 구조가 미비하여 지역공동체 차원의 자율적 대응 체계로 발전하기 어렵다. 이러한 한계는 방재교육을 형식적인 절차로 전락시키며, 교육 수혜자에게는 무력감과 불신을 초래할 수 있다(Shin, 2014; Kang, 2015; Lee, 2021).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본 연구에서는 단순한 생존 기술 전달을 넘어, 학습자의 판단력과 공동체 대응력을 함양할 수 있는 참여형 방재교육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참여형 방재교육은 학습자가 자신의 지역을 기반으로 재난 위험성을 분석하고, 대응 전략을 기획⋅실행하는 능력을 함양하는 교육방식이다. 이를 통해 재난대응역량을 전문가 중심에서 시민 중심으로 전환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또한, 지역사회 구성원 간의 연대와 협력을 통해 재난 상황에서 공동체 회복력(resilience)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교육적 접근이다(Yamori, 2009; Yamori, 2010; Samaddar et al., 2015; C. Choi et al., 2019).
새로운 방재교육의 방향성을 구체화하기 위해, 본 연구에서는 참여형 교육 접근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정착되어 온 일본의 방재교육 사례를 검토하였다. 일본은 1995년 한신⋅아와지 대지진과 2011년 동일본대지진을 겪으면서 방재교육의 철학과 구조를 전환해왔다. 이 과정에서 재난에 대한 단편적 지식 전달에서 벗어나, 학습자의 주체성⋅지역사회 연계⋅지속 가능성을 중심으로 하는 실천 중심 교육체계로 발전시켜 왔다(Kitagawa, 2015; Lee, 2017; Park, 2019). 일본의 경험은 유사한 재난 환경에 놓인 국내에 유의미한 정책적, 교육적 시사점을 제공한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일본의 방재교육 사례를 분석하여 국내 방재교육의 구조적 한계를 진단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지역사회 기반 참여형 방재교육 실천모형을 제안하고자 한다. 특히 방재교육을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지역사회와 유기적으로 연계된 지속 가능한 학습 과정으로 전환하기 위한 구체적 전략과 실행 방안을 제시한다.
2. 국내 방재교육의 현황과 개선방향
국내에서는 1999년 씨랜드 청소년수련원 화재, 2003년 대구 지하철 화재, 2014년 세월호 사고 등의 재난을 겪으며 방재교육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해 왔다. 이에 따라 교육부, 행정안전부, 소방청 등 주요 관계 부처를 중심으로 다양한 방재교육 프로그램이 제도화되었고, 법적⋅행정적 기반도 지속적으로 보완되어 왔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실제 교육 현장에서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비판이 제기되고 있으며, 특히 주민 참여 중심 교육의 관점에서 보면 구조적 한계가 여전히 존재한다(Yang et al., 2018; Cho et al., 2023).
2.1 방재교육의 제도적 기반과 운영 현황
국내에서는 2004년 제정된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을 통해 방재교육의 정책적 기반을 마련하였다. 해당 법률은 중앙부처와 지자체가 국민의 재난대응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방재교육 및 안전교육을 적극 추진할 책무를 명시하고 있다. 아울러 지자체장은 행정안전부가 주관하는 교육을 이수해야 하며, 재난관리 책임기관의 장은 소속 공무원의 정기 교육 이수를 의무화하고 있다. 이와 연계하여 「초⋅중등교육법 및 교육과정」 고시에서는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정규 교육과정 내에 안전교육을 포함하였다. 교육부는 세월호 사고 이후 발표한 2015 교육과정에 다양한 방재교육 요소를 반영하였다. 2016년 제정된 「국민안전교육 진흥 기본법」은 이전의 개별 교육법령을 통합하여 보다 체계적인 안전교육 시행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였다. 이후 2018년 제1차 국민안전교육 기본계획은 체험 중심의 교육 확대, 전문인력 확충, 콘텐츠 개발 등을 핵심 과제로 설정하였으며, 2023년 제2차 계획에서는 생애주기별 안전교육의 체계화, 주관부처 지정, 안전교육 플랫폼 구축 등을 통해 추진력을 강화하였다. 특히 주민자치센터를 기반으로 한 생활 밀착형 교육체계도 병행하여 안전교육을 추진하고 있다. Table 1은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상 재난예방 교육에 관련된 규정을, Table 2는 국가 안전교육 기본계획의 핵심 요소를 정리한 것이다.
Provisions Related to Disaster Prevention Education in the Framework Act on Disaster and Safety Management
2.2 방재교육의 구조적 문제점
제도적 기반이 정비되고 교육 인프라가 확충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방재교육은 여전히 참여 중심 교육체계로의 전환이라는 측면에서 구조적 한계를 지니고 있다. 이러한 한계는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학습자의 주체성이 충분히 보장되지 못하고 있다. 방재교육의 정책과 운영은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주민은 교육의 수혜자이자 수동적인 참여자로만 고정되는 구조이다. 주민이 교육의 기획, 실행, 평가 과정에 주체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여지는 제한적이며, 교육은 능동적 학습이 아닌 일방적 정보 전달 형태로 고착되고 있다. 국민안전교육 플랫폼과 같은 정보 전달 체계도 정형화된 콘텐츠를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데 그쳐 학습자의 자율성과 실천 역량을 길러내는 데 한계가 있다(Jeon, 2023). 또한 교육 내용 역시 전국 단위의 표준화된 형식에 치중되어 지역별 재난 특성과 생활환경의 차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교육은 학습자의 체감성과 몰입도를 떨어뜨리고, 실제 재난 상황에서의 대응력을 제고하는 데 한계를 드러낸다(Cho and Byun, 2024).
둘째, 지역사회와의 협력적 기반이 미비하다. 일부 주민자치센터나 지역기관을 통한 방재교육이 운영되고 있으나, 대부분 강의식 전달에 머물고 있다. 주민이 직접 교육을 공동 기획하거나 운영에 참여하는 체계는 정착되지 못하고 있으며, 교육 이후에도 주민의 경험과 의견을 반영하는 체계적 환류 시스템이 부재하다. 이로 인해 교육이 지역 현장과 지속적으로 연결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Choi and Choi, 2018). 더불어, 고령자⋅장애인⋅이주민 등 재난 취약계층에 대한 포용적 접근이 부족하다. 일부 맞춤형 교육이 존재하지만 공급자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시간⋅장소⋅언어 등에서 수요자 맞춤형 접근성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고 있다. 그 결과 다양한 배경을 가진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와 역량 강화를 유도하는 데 제도적 뒷받침이 부족한 실정이다(Byun et al., 2018).
셋째, 교육의 지속성이 확보되지 못하고 있다. 현행 방재교육은 단기적이고 일회성 특강이나 이벤트성 훈련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정기적이고 체계적인 모의훈련과 실습, 피드백 과정이 포함된 선순환 구조가 부족하여, 학습자의 행동 변화와 태도 내면화를 유도하기 어렵다. 이로 인해 교육의 효과는 단발적으로 소멸하며, 장기적으로 지역사회의 회복탄력성을 높이는 데 한계를 보인다.
요컨대, 국내 방재교육은 주체성⋅협력⋅지속성이라는 세 가지 핵심 축에서 모두 한계를 드러내고 있으며, 그 안에는 지역 특성화의 부족과 취약계층 포용성 미흡이라는 문제들이 중첩되어 있다. 이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참여 중심 교육체계로 전환하지 못한 근본적 원인을 보여준다.
2.3 국내 방재교육의 개선 방향
방재교육은 재난 위험성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 재난에 대한 사전 예방과 사후 대응역량을 학습자가 체계적으로 내면화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적 실천이라 할 수 있다. 현대 재난은 점점 더 예측 불가능하며, 피해 규모와 범위 또한 확장되는 특징을 지닌다. 이에 따라 방재교육은 단순한 생존 기술 전달을 넘어, 학습자가 재난 문해력(disaster literacy)을 바탕으로 지역사회 내 재난 위험을 구조적으로 인식하고, 판단력과 대응 전략을 주체적으로 구성하며,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지역사회 회복력(resilience) 형성에 기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선되어야 한다(Samaddar et al., 2014).
특히 방재교육은 위험 상황에서 취해야 하는 구체적 행동을 학습자가 실제로 익힐 수 있도록 설계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체험교육(experiential learning)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단순한 강의식 전달이나 문서 중심의 안내로는 재난 상황에서의 즉각적이고 효과적인 대응을 담보하기 어렵다. 실제 대피 훈련, 모의 시뮬레이션, 현장 기반 실습 등을 통해 학습자가 몸으로 행동을 습득하고 반복할 수 있어야 재난 대응 역량이 생활 속에서 내면화될 수 있다(Samaddar et al., 2014).
이러한 개선 방향은 기존의 ‘전문가 중심, 획일화된 지식 전달 교육’에서 벗어나 ‘참여 중심 교육’으로의 전환을 요구한다. 참여 중심 방재교육은 세 가지 핵심 원리를 중심으로 설계될 수 있다.
첫째, 학습자의 주체성 강화이다. 방재교육은 전문가와 학습자 간의 일방적 관계를 지양해야 한다. 재난의 불확실성과 지역별 다양성을 고려할 때, 획일화된 매뉴얼 중심 교육은 실효성이 낮다. 학습자는 단순한 지식 수용자가 아니라, 자신이 속한 지역사회의 환경, 재난 이력, 지형, 주민 경험 등을 토대로 재난 위험성을 인식하고, 능동적으로 대응 전략을 구성하는 주체로 성장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은 반드시 체험적 학습과 결합되어야 하며, 실제 상황에서 자신이 배운 대응 전략을 실행해 볼 수 있는 경험이 동반되어야 한다(Samaddar et al., 2017).
둘째, 지역공동체와의 협력이다. 방재교육은 지역사회 구성원 간 수평적 소통과 협업을 통해 공동 대응체계를 구축할 수 있어야 한다. 학습자인 주민은 지자체, 전문가, 유관기관, 자원봉사 단체 등과 협력하여 재난대응 및 역량 강화를 위한 공동의 목표를 설정하고, 지역 특성에 맞는 실행 계획을 함께 수립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은 정보 공유와 민주적 의사결정 구조의 재편을 가능케 하며, 결과적으로 지역사회의 재난대응 거버넌스를 공고히 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나아가, 주민이 참여하는 공동 훈련과 체험 프로그램은 협력의 실질성을 높이고, 재난 대응 행동을 공동체 차원에서 생활화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Pearce, 2003; Chen et al., 2006).
셋째, 지속 가능성 확보이다. 방재교육은 일회성 특강이나 이벤트성 훈련으로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교육은 공공성, 시민성, 책임감, 연대감 등의 태도까지 내면화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 특성과 위험 요인을 반영한 정기적인 모의 훈련과 실습, 성찰 기반의 피드백 과정이 포함된 선순환 구조가 필요하다. 이러한 반복적이고 체험적인 실천은 장기적으로 지역사회의 회복탄력성 증진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Yamori, 2007; Yamori, 2011).
결국 학습자의 주체성 강화, 지역공동체와의 협력, 그리고 지속 가능성 확보라는 세 가지 방향은 단순히 교육의 질적 발전을 위한 일반적 원리에 머무르지 않는다. 이들은 곧 지역사회 참여형 방재교육을 구체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핵심 토대이자 구조적 조건으로 작동하며, 참여 중심 교육체계로의 전환을 가능케 하는 실질적 경로라 할 수 있다. Table 3은 이를 정리한 것이다.
3. 지역사회 참여형 방재교육 실천방안 모색 - 일본 사례를 중심으로
앞서 살펴본 국내 방재교육의 개선 방향은 ‘학습자의 주체성 강화’, ‘지역공동체와의 협력’, ‘지속 가능성 확보’의 세 가지로 정리된다. 이러한 방향성을 검토하기 위해 본 연구에서는 대규모 재난을 계기로 방재교육체계를 개선한 일본의 사례를 검토하였다.
3.1 일본의 대규모 재난 이후 방재교육의 변화
일본은 1995년 한신⋅아와지 대지진과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을 계기로 방재교육 전반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과 재편을 단행하였다. 두 차례의 대규모 재난은 방재행정의 한계를 드러냈으며, 이에 따라 방재를 과학기술 중심의 구조적 대응뿐 아니라, 사회교육적 차원에서도 재구성할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이는 방재교육의 운영 논리와 구조 전반을 전환시키는 중대한 계기로 작용하였다(Sakurai et al., 2020). 한신⋅아와지 대지진 이후, 일본의 방재교육은 ‘철학의 재정립’과 ‘제도화’라는 두 가지 축을 중심으로 변화하였다. 방재교육의 개념은 기존의 ‘재난을 예방한다’는 접근에서 벗어나, ‘피해를 줄인다’는 감재(減災)의 개념으로 확장되었다. 이는 재난을 완전히 막을 수 없다는 현실을 수용하고, 재난 발생 이후 공동체가 어떻게 대응하고 회복할 것인지에 중점을 둔 교육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Nakamura, 2009).
이에 따라 방재교육은 단발성 훈련이나 매뉴얼 숙지 중심의 전달 교육에서 벗어나, 생명 존중, 공감 능력, 공동체 정신 등을 함양하는 인간 중심의 교육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제도적으로는 문부과학성이 「생명력을 기르는 방재교육」을 발간하여 국가 차원의 교육지침을 수립하였고, 각 지자체 교육위원회는 ‘방재교육 추진위원회’를 설립하여 지역 단위의 교육체계를 구성하였다. 특히 고베시는 초⋅중등학교 교육과정에 「행복을 나르자」와 같은 부교재를 도입하여, 지역의 재난 경험을 전수하는 교육 콘텐츠를 개발하였다. 또한 교원 자질 향상 지표에는 방재역량, 공공성, 협력성 등이 명시되었으며, 교사는 지역공동체 회복의 촉진자로서의 역할이 강조되었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에는 ‘실천 중심 교육’과 ‘부흥교육’의 확대가 주요한 특징으로 나타난다. 한신⋅아와지 대지진 이후 정립된 교육철학을 계승하면서도, 그 실천방식은 보다 구체적이고 체계적으로 발전하였다(Kagawa and Selby, 2012). 특히 특수학교에서는 장애학생의 특성과 위기 상황을 고려한 맞춤형 방재교육이 강화되었으며, 지역사회와의 연계를 통한 재난약자 보호 체계가 마련되었다. 또한 동일본 대지진 이후에는 ‘회복과 부흥’을 중심으로 하는 교육적 접근이 강조되면서, 새로운 교육영역인 부흥교육이 등장하였다. 부흥교육은 단순한 피해 복구를 넘어, 재난 이후 지역사회가 자율적으로 재건에 참여할 수 있는 역량을 배양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사회과나 종합학습 등의 교과를 중심으로 학생들이 자신의 지역을 조사하고, 지역 주민과 협력하여 실천적 과제를 수행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러한 부흥교육은 문부과학성의 ‘부흥교육 지원사업’을 통해 제도적으로 추진되었으며, 지역의 역사와 특색을 반영한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이 되었다. 또한 교육 현장 간 실천사례를 공유하는 심포지엄을 정기적으로 개최하여, 교육 자료와 노하우의 축적 및 확산이 지속되고 있다(Sakurai and Sato, 2024).
결과적으로 일본의 방재교육은 두 차례의 대규모 재난을 계기로, 지역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교육, 지역공동체와의 협력적 실행, 교육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하는 제도적 기반을 확보하였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변화를 이루었다. Table 4는 대지진 이후 일본의 재난예방 교육 변화를 나타낸 것이다.
3.2 지역 기반 재난 인식과 실천을 위한 주체성 강화
일본의 방재교육은 학습자 중심의 실천적 접근을 지향하고 있다. 특히 지역의 지형적 특성, 기후, 과거 재난 이력 등을 토대로, 학습자에게 맞춤화된 방재교육을 설계하여 교육과정에 적극 반영하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이는 단순히 재난대응 기술을 습득하는 것을 넘어, 학생과 주민이 수동적 수요자가 아닌 재난대응의 주체이자 기획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점에서 국내의 방재교육과 뚜렷한 차별성을 보인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각 학교에 ‘학교 방재 매뉴얼’ 수립을 권장하며, 그 과정에서 교직원과 학생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의 의견도 반영하도록 하고 있다. 예를 들어, 효고현 고베시에서는 학생들이 직접 학교 주변의 재난 위험성을 조사하고, 하천 범람 시 예상되는 침수 구역을 파악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하였다. 이때 학생들은 인근 주민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지형, 건물, 하천의 위치 등을 조사하며, 재난 위험성에 대한 판단능력을 실제적으로 기르는 학습을 수행하였다. 이와 같은 활동은 교사의 지시 하에 이루어지는 수동적인 과제가 아니라,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팀을 구성하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으로 설계되었다(Sakurai and Sato, 2016).
이러한 교육방식은 학습자 스스로 재난 위험성을 인식하고 대응 능력을 체화하도록 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가족과 이웃과의 연계를 고려한 대응 전략을 모색하도록 유도한다. 나아가 학생들을 통해 지역 주민의 재난 인식이 재편되는 확산 효과도 나타난다. 가장 상징적인 사례는 동일본대지진 당시 ‘카마이시의 기적’이다. 이와테현 카마이시시의 한 초⋅중학교에서는 ‘생명은 스스로 지킨다’는 원칙 아래 오랜 기간 방재교육이 이루어졌으며, 학생들은 사전에 지역의 해안선 구조, 지형, 위험 지역 등을 현장 조사하고, 이를 바탕으로 대피 장소를 자율적으로 모색하고 변경하는 훈련을 반복하였다. 대지진 당시, 기존 매뉴얼에 따라 지정된 대피소보다 더 높은 지대가 안전하다는 판단에 따라, 학생들은 교사의 지시 없이 스스로 대피 경로를 변경하여 전원 생존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는 지역의 특수성을 반영한 주체적 사고력 중심의 교육이 실제 재난 상황에서 효과적으로 작동했음을 입증한 사례이다(Katada and Kanai, 2016).
일본의 방재교육은 이처럼 지역 특성에 대한 이해를 학습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교사, 학생, 지역 주민이 공동으로 재난대응 구조를 설계하는 과정은 학습자의 재난대응 주체성을 고양시키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Choi and Choi, 2018a). 예컨대, 시즈오카현에서는 학생들에게 지역 내 지진 발생 시 1차, 2차 대피소를 스스로 검토하도록 과제가 부여되었다. 학생들은 마을 지도에 위험 지역을 표시하고, 과학적 시뮬레이션 영상을 분석하며 시나리오 기반 토론을 통해 대피 전략을 수립하였다. 또한 교육과정에서는 고령자, 아동, 외국인 등 재난 취약계층의 입장이 되어 대응 전략을 설계하는 학습도 병행되었다. 이러한 교육은 학습자에게 재난을 단지 두려운 사건으로 인식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적으로 대응해야 할 책임 있는 사회 문제로 받아들이도록 함으로써, 방재교육을 통한 시민적 자아 형성으로 이어진다(Shaw et al., 2021).
이러한 점은 여전히 중앙정부 주도의 일방적 지식 전달 구조에 머무르고 있는 국내 방재교육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방재교육의 내용뿐만 아니라 그 운영 구조에 있어서도 지역 기반의 실천적 구조로의 전환이 요구된다.
3.3 지역공동체와 협력 구조 형성
일본의 방재교육은 행정기관, 지역 주민, 유관기관이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구조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며, 지역공동체 전체를 하나의 통합된 대응 체계로 인식하고 있다. 특히, 행정과 주민 조직 간의 협력 방식은 Arnstein (1969)이 제시한 참여 수준 중 ‘파트너십(Partnership)’에 해당하며, 이는 주민이 단순한 수용자가 아니라 실질적인 공동 기획자 및 실행자로 작동하는 형태이다.
일본 각 지역에는 방재를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시민단체가 다수 존재하며, 대표적인 사례가 자치회와 밀접하게 연결된 자율방재조직이다. 이 조직은 평상시에는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하여 방재교육과 훈련을 공동 기획⋅주최하고, 재난 발생 시에는 유관기관과 함께 직접 대응에 참여한다. 이들은 단순한 교육 수강자가 아니라, 방재교육의 기획, 운영, 평가 전 과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구조를 형성한다. 이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지역 학교와 주민센터 등에서 공식 교육자료로 활용되고 매뉴얼화되어 실천 가능성이 높아진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시가현의 수해에 강한 지역만들기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자치회가 중심이 되어 행정, 소방, 의료, 학교 등 다양한 기관과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공동으로 방재교육을 주관한다. 주민들은 ‘리더’로 참여하여 시뮬레이션 훈련, 대피소 운영 등 실제 재난대응 활동을 경험하며, 이 과정에서 주민들의 의견과 지역 현안이 반영되어 프로그램이 운영된다는 점에서 정부 주도형 교육 프로그램과는 차별성을 보인다(Choi and Choi, 2018b). 학교는 일본 방재교육의 중요한 거점으로, 단순한 교육기관을 넘어 지역사회와의 협력 거점으로 기능을 한다. 많은 지자체에서는 지역의 초등학교 및 중학교를 중심으로 방재협의회를 조직하고, 학부모뿐만 아니라 인근 상인회, 노인회, 소방서, 경찰서 등 다양한 지역조직이 참여한다. 일본의 학교들은 매년 방재운동회 또는 지역연계 피난훈련을 개최하고, 학생, 교직원, 주민, 소방⋅경찰 관계자가 함께 방재훈련을 수행한다. 학교는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고, 지역주민은 훈련에 적극 참여함과 동시에 피드백 제공자로서 기능한다. 이를 통해 방재 대응역량을 지역 차원에서 집단적으로 강화하고 있다(Shiwaku and Fernandez, 2011).
고등교육기관에서도 지역사회와의 협력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예를 들어, 교토대학교의 방재 오픈캠퍼스에서는 대학 연구진이 과학적 자문을 제공하고, 지역 주민은 생활 기반의 지식을 공유하는 쌍방향 학습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나아가, 지역 대학은 기업, 언론사, 시민단체 등과 연계하여 다문화 가정을 위한 재난대응 매뉴얼 제작, 재난 취약계층 조사, 주민 대상 교육 콘텐츠 개발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지역 기반 협력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한다. 이처럼 일본의 방재교육은 기획-실행-평가의 전 단계에 걸쳐 지역공동체가 실질적으로 참여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재난 정보의 공유, 현안 반영, 역할 분담의 명확화 등 반복적인 협업 과정을 통해 지역공동체 구성원 간의 신뢰와 협력 기반이 강화되고 있다. 궁극적으로, 일본의 방재교육은 지역을 구성하는 다양한 주체들이 연대하고 협력하는 참여형 거버넌스 모델을 형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3.4 지속 가능성 확보를 위한 지역공동체 방재문화로 발전
방재교육이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지역사회에 깊이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교육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는 체계적 구조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일본은 이와 관련하여 ‘생활방재’라는 개념을 바탕으로, 일상 속에 방재교육이 자연스럽게 통합되는 지속가능한 방재학습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Yamori, 2009; Yamori and Sugiyama, 2020). 우선, 반복적인 실천 중심의 구조가 방재문화 형성의 핵심이다. 일본의 방재교육은 연 1회의 정기적인 전 국민 방재훈련에 그치지 않고, 분기별 지역 중심 훈련, 학교 단위의 방재주간 운영, 지역 행사와 연계된 실습형 훈련 등 다양한 반복 학습 활동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반복 구조는 학습자의 경험을 강화하고, 방재 행동의 자동화를 유도하는 효과가 있다(Fujioka, 2015).
특히, 일본의 방재교육은 지방 정책과의 제도적 연계를 통해 지속성이 제도화되어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지자체 조례, 교육위원회의 연간 계획, 지역 개발 계획 등과 방재교육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운영된다. 이는 단순한 교육 행위를 넘어 지역사회의 발전 전략의 일부로 자리잡고 있다. 대표적으로 고베시는 「지역방재력 향상 조례」를 통해 각 자치회가 자체적인 방재계획을 수립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교육 예산 및 훈련 운영에 대한 행정적 지원이 이루어진다. 주민이 방재교육에 참여할 경우 지역 포인트 적립, 자원봉사 인증 시간 부여 등의 인센티브 제도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교육기관 측면에서도, 일본의 방재교육은 단순히 보건⋅안전 교육의 하위 범주로 간주되지 않는다. 각 교육청의 방침에 따라 별도의 생활방재 커리큘럼이 핵심 교육과정 내에 포함되며, 이는 방재교육이 공공성, 시민성, 책임감을 내면화하는 시민교육의 일환임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도쿄도 일부 초등학교에서는 ‘지역사회와 재난’이라는 주제로 마을 위험지도 제작, 대피소 운영 모의 실습 등을 교육과정에 포함하였으며, 이 과정에 지역 주민도 함께 참여하도록 함으로써 세대 간 지식 전승과 지역 연대감을 증진시키고 있다(Sakurai, 2016).
또한, 방재교육은 지역 문화와의 결합을 통해 일상적 실천으로 확장되고 있다. 지역 축제와 연계된 방재캠프, 마을 회관에서의 주말 가족 방재 워크숍 등은 방재교육이 지역공동체 내 생활문화로 자리잡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러한 활동은 방재교육이 특정 시점에만 실행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생활 속에서 체화되는 방향으로 자리잡고 있다(Fujioka, 2006). Table 5는 일본의 지역사화 기반 재난교육 현황과 국내 재난교육에 주는 시사점을 정리한 것이다.
4. 결 론
본 연구에서는 국내 방재교육이 지닌 구조적 한계를 진단하고 개선방안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일본의 방재교육 사례를 분석하여 방재교육의 전환 방향과 실천적 전략을 도출하였다. 국내의 방재교육은 일정 부분 법적⋅제도적 기반은 마련되어 있으나, 여전히 재난 지식의 일방적 전달 구조, 참여형 훈련의 부족, 지역사회와의 실질적 연계 미흡이라는 한계를 지닌다. 이로 인해 실제 재난 발생 시 교육 효과는 제한적이며, 학습자의 자율성과 지역공동체의 대응역량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는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 반면 일본은 한신⋅아와지대지진과과 동일본대지진을 기점으로 방재교육의 철학과 체계를 근본적으로 전환하였다. 방재교육을 지역공동체 기반의 실천적 학습 과정으로 재구성함으로써, 재난 이후의 회복력과 공동체 역량 강화를 중심으로 교육을 설계하였다. 이러한 변화는 국내 방재교육의 개선을 위해 다음과 같은 시사점을 제공한다.
첫째, 국내의 방재교육은 지식 전달형 교육에서 벗어나 참여⋅판단⋅실천 중심의 교육체계로 전환되어야 한다. 일본 사례와 같이 학습자가 재난을 추상적 개념이 아닌 지역 기반의 현실 문제로 인식하고, 이에 대해 능동적으로 대응 전략을 구성할 수 있도록 학습자의 주체성을 강화하는 교육방식이 필요하다. 이는 곧 학습자가 단순한 수혜자가 아니라 참여형 방재교육의 주체로 성장하는 과정과 직결된다.
둘째, 학교는 방재교육의 중심이자 지역 방재 네트워크의 허브로서 기능을 해야 한다. 학교는 단순한 교육기관을 넘어, 주민⋅지자체⋅유관기관과 협력하여 재난대응 거버넌스의 중심지로 재설계될 필요가 있다. 이러한 협력적 구조는 지역사회와 연계된 참여형 방재교육이 제도적으로 뿌리내릴 수 있는 토대로 작용한다.
셋째, 방재교육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법⋅제도적 기반 구축과 함께 문화적 일상화 전략이 병행되어야 한다. 방재교육이 단발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지역 조례, 교육청 연간 계획, 주민 참여 인센티브 등 정책적 연계가 필요하다. 나아가, 지역 축제와 연계된 방재캠프, 가족 참여형 워크숍 등의 문화적 접근을 통해 방재교육이 생활 속 문화로 정착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은 방재교육을 일회성 훈련이 아닌 지속 가능한 참여형 학습 문화로 전환시키는 핵심 기반이 된다.
현대 재난은 개인의 생존 문제를 넘어, 공동체의 지속 가능성과 회복력을 위협하는 사회적 위기이다. 방재교육은 단순한 생존 기술 전달을 넘어, 시민성 함양과 공동체 회복의 기반을 조성하는 공공 교육으로 재구성되어야 한다. 이는 일부 전문가나 행정 주도에서 벗어나, 지역사회 구성원 모두가 참여하고 협력하는 민주적 학습의 장으로서 방재교육의 패러다임 전환을 요구한다. 본 연구에서 분석한 일본 사례는 이러한 전환이 현실적으로 가능하며, 그 과정에서 제도, 교육방식, 지역 협력 모델 등이 유기적으로 작동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국내의 방재교육도 참여와 협력, 실천과 문화적 정착이라는 새로운 방향성을 통해, 지역사회 참여형 방재교육이 체계적으로 정착될 수 있는 교육 모델로 재구축되어야 한다.
감사의 글
이 논문(저서)은 2023년 대한민국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NRF-2023S1A5C2A02095270)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연구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