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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Korean Soc. Hazard Mitig. > Volume 26(1); 2026 > Article
지진 시 일본 재해거점병원의 기능유지 체계 분석: 공간과 비구조 시스템의 연계를 중심으로

Abstract

During major earthquakes, disruptions in hospital functions are more often caused by damage to nonstructural components than by the collapse of structural components. While existing Business Continuity Plan (BCP) research has focused on the operational aspects, there is a critical need to examine the linkages between essential functions, spaces, and nonstructural components. This study analyzed Japanese disaster base hospital guidelines to identify this integrated framework. The results show that Japan categorizes hospital functions into seven hierarchical levels and systematically organizes the corresponding spaces and equipment. These findings suggest that BCP development must integrate operational planning with technical facility maintenance and identify priority spaces and systems based on their criticality for essential medical functions.

요지

대규모 지진 시 병원 기능 정지의 주요 원인은 구조체 붕괴보다 천장, 배관, 의료기기 등 비구조체와 설비 손상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기존의 병원 BCP (Business Continuity Plan) 연구는 인력 배치나 물자 조달 등 운영적 측면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필수기능과 이를 담당하는 공간, 해당 공간 내 비구조체 및 설비를 연계하여 검토한 연구는 부족하다. 본 연구는 일본 재해거점병원의 BCP와 관련 가이드라인을 분석하여 필수기능, 필수공간, 비구조체 및 설비의 연계 체계를 파악하였다. 분석 결과, 일본에서는 재해 시 병원기능을 7단계로 분류하고, 각 기능에 대응하는 공간과 설비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있었으며, 여러 기관의 가이드라인은 상호 연계가 가능하다. 이러한 결과는 BCP 수립 시 운영 계획과 시설 기능유지를 통합적으로 다루고, 필수기능을 기준으로 보호 대상 공간과 설비를 특정하는 접근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1. 서 론

대규모 지진과 같은 재난 상황에서 병원은 지역사회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는 사회적 핵심기반시설(social critical institutions)로서 기능해야 한다(Sasaki et al., 2020). 그러나 최근의 지진 재난 사례에서는 병원 건물의 구조체가 비교적 양호함에도 불구하고, 천장, 칸막이벽, 기계⋅전기 설비, 의료장비 등 비구조체의 손상으로 인해 진료가 중단되거나 장기간 기능이 마비되는 사례가 반복적으로 보고되고 있다(FEMA, 2012; Kudo et al., 2013). 특히 1994년 미국 Northridge 지진에서는 내진설계가 적용된 병원은 구조적으로는 경미한 손상만 입었으나 비구조체의 광범위한 피해로 다수의 병원이 폐쇄되었다(Schultz et al., 2003). Perrone et al. (2024)은 미국, 대만, 터키 등 10개국 17개 병원의 지진 피해 사례를 분석하여, 비구조체의 손상이 병원 기능 상실 또는 중단의 주된 원인임을 확인하였다. 이러한 사례들은 구조체의 내진화만으로는 병원 기능의 유지를 보장할 수 없으며, 비구조체와 설비의 내진성능 확보가 필수적임을 시사한다.
1995년 한신⋅아와지대지진 시 피해지역에서 외부의 의료시설로 신속히 이송하여 치료했다면 생존 가능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사망자가 약 500명인 것으로 보고되었다(Cabinet Office, n.d.). 2016년 구마모토지진에서는 28시간 이내에 진도 7의 지진이 2회 발생하였고, 구조체가 붕괴에 이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천장재 탈락, 의료가스 배관 파손, 전기⋅정보설비 손상 등 비구조체와 설비의 피해로 다수의 병원이 외래⋅입원 기능을 정지하였다(JIHA, 2017; Achour and Miyajima, 2020). 이처럼 병원 시설의 피해는 의료서비스 중단으로 직결되며, 재해 시 증가하는 의료수요에 대응할 수 없게 된다.
이러한 배경으로 일본 후생노동성(Ministry of Health, Labour and Welfare, MHLW)은 방지 가능한 재해사를 줄이기 위해 재해거점병원 지정제도를 도입하였으며(MHLW, 1996), 2017년에 재해거점병원 지정요건을 개정하여 업무연속성계획(Business Continuity Plan, BCP) 수립과 훈련 실시를 의무화하였다(MHLW, 2017a).
Sasaki et al. (2020)은 97개 문헌을 검토하여 병원 BCP의 핵심 구성요소를 대체 수단과 자원의 확보, 업무의 우선순위화, 자원 관리로 정리하였다. 이러한 BCP 연구는 주로 인력 배치, 물자 조달, 업무 절차 등 운영적 측면에 초점을 두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내에서도 2010년대 이후 공공부문의 업무연속성관리체계(Business Continuity Management System)와 기능연속성계획(Continuity of Operations Plan) 도입에 관한 연구가 진행되어 왔다. Son et al. (2017)은 ISO 22301을 바탕으로 공공기관 특성에 맞는 업무연속성관리체계 모델을 제안하였고, Ann and Chung (2022)은 지방자치단체의 기능연속성계획 도입 현황을 분석하면서 개념 이해 부족과 표준계획 부재가 도입 지연의 주요 원인임을 밝혔다. Choi and Choi (2018)는 일본 도쿄도와 오사카부의 행정 BCP를 비교 분석하여 행정자원 피해, 우선업무 설정, 업무수행 환경이라는 세 가지 관점에서 시사점을 도출하였다.
재난대응시설과 의료기관의 기능유지에 대한 연구도 이루어지고 있다. Ahn and Park (2025)은 병원과 소방서를 대상으로 지진 시 병상과 소방차량의 수요와 공급을 비교하여 지역별 지진위험도 지수를 산정하였고, Kim et al. (2024)은 의료시설에서 재난 약자의 대피 시뮬레이션을 통해 간호 인력 배치가 대피 소요시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선행연구들은 행정기관의 기능연속성, 재난대응시설의 지진위험도, 의료시설의 피난계획 등 개별 주제를 다루고 있어, 병원 BCP에서 필수기능과 이를 수행하는 공간, 해당 공간의 비구조체와 설비를 연계하여 검토한 연구는 찾아보기 어렵다.
본 연구는 일본 재해거점병원의 BCP와 관련 가이드라인을 분석하여 필수기능-필수공간-비구조체⋅설비의 연계 체계를 파악하고, 국내 적용을 위한 시사점을 도출하고자 한다. 분석에 사용한 자료는 후생노동성의 BCP 작성 가이드라인(MHLW, 2017b), 국토교통성의 재난대응 거점 건축물의 기능유지 가이드라인(MLIT, 2017), 일본의료복지설비협회의 설비설계 가이드라인(BCP편)(HEAJ, 2012), 그리고 NPO법인 내진종합안전기구의 병원내진가이드(JASO, 2014) 등이다.

2. 병원 BCP의 개념과 필수 기능⋅공간⋅비구조체⋅설비

2.1 병원BCP의 개념과 특수성

업무연속계획(Business Continuity Plan, BCP)은 재난으로 인한 조직 업무 중단에 대비하여 대응⋅복구를 수행하고 조기 회복을 도모할 수 있도록 사전에 수립하는 지침의 절차를 말한다(ISO 22301, 2019). BCP의 개념은 일반 기업의 재난대비 전략에서 출발하였으나, 2000년대 이후 정보보안, 지진, 감염병 대유행 등의 분야에서 공공부문과 의료분야로 확산되었다(Cabinet Office, n.d.).
우리나라에서도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개정과 함께 재난관리책임기관을 대상으로 기능연속성계획 수립이 의무화되었으며, Son et al. (2017)Ann and Chung (2022)은 ISO 22301과 국내 기능연속성계획 지침을 비교⋅분석하여 공공기관에 적합한 업무연속성관리체계 모형을 제안하고 있다.
병원은 재난 시 다른 일반 조직과 구별되는 특수한 네가지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Sasaki et al., 2020). 첫째, 재난 발생과 동시에 의료 수요가 급증하는 반면, 병원의 대응 역량은 시설 피해, 인력 부족, 라이프라인 중단 등으로 기능이 저하된다. Fig. 1은 이러한 특성을 도식화한 것으로, BCP를 수립한 병원은 공급능력 저하를 최소화하고 복구기간을 단축하여 수요와 공급 간의 간극을 줄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둘째, 인공호흡기 환자 치료와 같이 재난 중에도 중단할 수 없는 업무가 존재한다. 셋째, 다수 사상자 수용, 의료팀 파견 등 평시에는 없던 새로운 업무가 발생한다. 넷째, 손상된 시설과 시스템의 복구를 위한 추가 업무가 필요하다.
Fig. 1
Characteristics of Hospital BCP: Simultaneous Decrease in Supply Capacity and Surge in Demand after Disa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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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병원 BCP의 핵심 구성요소는 대체 수단과 자원의 확보, 업무의 우선순위화, 자원 관리의 세 가지로 정리된다(Sasaki et al., 2020). 이러한 구성요소는 운영적 측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재해 시 병원 기능을 실제로 유지하려면 해당 업무가 수행되는 물리적 공간과 그 공간 내 설비의 기능이 전제되어야 한다. 수술실의 천장이 탈락하거나 의료가스 배관이 파손되면 해당 공간에서의 의료행위는 불가능해진다.

2.2 재해 시 병원기능의 분류

재해 발생 후 라이프라인 두절과 자원 부족 상황에서 모든 기능을 동시에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어떤 기능을 우선 유지할 것인지에 대한 체계적 분류가 필요하다. 일본의료복지설비협회(HEAJ)는 재해 발생 후 72시간 이내에 병원이 유지해야 할 기능을 다음과 같이 7가지로 분류하고 있다(HEAJ, 2012). ① 환자⋅직원의 안전확보⋅피난, ② 입원환자⋅직원의 원내 생활⋅거주성 확보, ③ 입원환자의 간호⋅상태악화 방지, ④ 입원환자에 대한 의료행위 계속, ⑤ 구급환자 대응 레벨1 (진찰, 트리아지, 응급처치), ⑥ 구급환자 대응 레벨2 (진찰, 검사), ⑦ 구급환자 대응 레벨3 (최종처치, 치료, 입원 수용)이다.
이 분류체계는 병원 기능을 두 축으로 구분할 수 있다. 하나는 기존 입원환자에 대한 대응(②~④)이고, 다른 하나는 재해로 새롭게 발생하는 구급환자에 대한 대응(⑤~⑦)이다. 이 두 축의 기반이 되는 것이 환자⋅직원의 안전확보(①)이다.

2.3 필수공간의 기능유지와 필수 비구조체⋅설비

필수공간이 재해 시에도 기능을 유지하려면 해당 공간을 구성하는 물리적 요소들이 손상되지 않아야 한다. 여기서 물리적 요소란 구조체뿐 아니라 천장, 벽체 등의 비구조체와 전기, 급배수, 공조, 의료가스 등의 설비를 포함한다.
일본의료복지설비협회(HEAJ)는 앞에서 설명한 재해 시 유지해야하는 기능 7가지를 기준으로 필요한 공간을 구분하였다. 그 예를 Table 1과 같이 제시하였으며, 병원의 필수기능, 필수공간, 필수 설비기능은 서로 연쇄적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특정 기능을 유지하려면 그 기능이 수행되는 공간이 확보되어야 하고, 해당 공간이 제 기능을 하려면 공간 내 비구조체와 설비가 정상적으로 작동해야 한다. 따라서 병원의 내진화는 건물 전체 차원의 구조체 안전성 확보를 넘어, 필수공간 단위의 기능유지라는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Table 1
Examples of Functions to Continue during Disasters and Corresponding Facility Equipment (HEAJ, 2012)
No Functions to Continue Examples of Corresponding Rooms/Spaces Representative Hospital Equipment Functions
Safety assurance and evacuation of patients and staff Corridors, stairs, common areas, disaster prevention center, central monitoring room Common areas, disaster prevention center, central monitoring roomFire alarm, fire extinguishing, smoke exhaust, communication, evacuation systems, emergency lighting/elevators/broadcasting, [special room ventilation], monitoring systems, [emergency power]
Ensuring living conditions for inpatients and staff, maintaining hospital cleanliness Wards, staff stations, kitchen, ICU, nursery, toilets, waste disposal rooms, storage, on-call/nap/break rooms Security systems (pumps, drainage), lighting/water/drainage/emergency power, cooling for electrical/server rooms, telephone, TV, [security], [material dispensing], [ordering]
Nursing care for inpatients and prevention of condition deterioration Same as above Above + nurse call, medical gas, treatment lights, [EMR]
Continuation of medical treatment for inpatients Same as above, pharmacy, [delivery area], [laboratory], [radiology], [radiation therapy], [dialysis] Lighting/water/drainage/emergency power, medical gas, pharmaceutical refrigeration, [dialysis equipment], [HIS]
Emergency patient response Level 1 (examination, triage, life-saving) Emergency area, triage space, [accounting], [pharmacy], waiting area, toilets, [heliport] Lighting/water/drainage/emergency power, medical gas, pharmaceutical refrigeration, [HIS]
Emergency patient response Level 2 (examination, testing) Laboratory, X-ray, CT, [MRI] Lighting/water/drainage/equipment emergency power, medical gas, [HIS], [HVAC]
Emergency patient response Level 3 (definitive treatment, dmission) Operating room, central supply, dialysis room, wards Lighting/water/drainage/equipment emergency power, medical gas, HIS, [HVAC], dialysis systems

HIS: Hospital Information System, EMR: Electronic Medical Record, HVAC: Heating, Ventilation and Air Conditioning Note: Items in [ ] should be evaluated based on each hospital’s characteristics.

3. 일본 재해거점병원의 공간기능 유지 체계 분석

3.1 제도적 체계

일본의 재해거점병원 제도는 1995년 한신⋅아와지대지진의 교훈을 바탕으로 1996년 도입되었다(MHLW, 1996). 이 제도는 광역 재해 시 중증환자의 응급 치료를 담당할 병원을 사전에 지정하는 것으로, 각 도도부현에 1개소 이상 지정되는 기간재해거점병원과 2차 의료권마다 지정되는 지역재해거점병원으로 구분된다.
2016년 구마모토지진에서 비구조체와 설비 손상으로 다수의 병원에서 기능이 정지된 경험을 바탕으로, 후생노동성은 2017년 재해거점병원 지정요건을 개정하여 BCP 수립을 의무화하였다(MHLW, 2017a). 동시에 「병원BCP 작성 가이드」을 발간하여 BCP 수립의 템플릿과 체크리스트를 제공하였다(MHLW, 2017b).

3.2 필수기능과 필수공간의 설정

후생노동성의 BCP 템플릿은 업무영향분석 기반으로 우선업무를 도출하는 절차를 제시하고 있다. 병원 전체 업무를 목록화하고 재해 시 업무 중단의 영향을 평가하여 우선업무를 선정한 후, 각 업무별로 목표복구시간과 이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인력⋅자원⋅공간⋅설비를 정리하고 있다. 템플릿에 포함된 「비상시우선업무총괄표」는 우선업무와 해당 공간, 필요 자원을 일람표로 정리하도록 되어 있다. 응급외래, 응급수술, 중환자 치료, 분만, 투석 등이 대표적인 우선업무에 해당한다.
한편 도쿄도의 「재해거점병원 BCP 작성 가이드라인」은 재해 시 병원에 요구되는 기능을 Table 2와 같이 정리하고 있다(Tokyo Metropolitan Government, 2018). 이 중 대응력 증가는 복도, 회의실, 식당 등의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고, 중증환자 수용장소와 환자 동선을 사전에 확보함으로써 다수의 환자를 수용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재해거점병원에 요구되는 핵심 역할로서,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임시 진료공간으로 전환될 공간의 설비와 비구조체가 제 기능을 유지해야 한다.
Table 2
Functions Required for Disaster Base Hospitals (Tokyo Metropolitan Government, 2018)
Function Description
Minimizing capacity reduction Minimize functional degradation through seismic reinforcement of facilities and equipment
Early capacity recovery Rapid functional recovery by setting restoration priorities
Capacity increase (surge capacity) Secure reception capacity beyond normal times by establishing temporary treatment spaces
Regional coordination Reduce burden through role sharing among medical institutions

3.3 병원 BCP에서의 공간 계획과 운영

일본 병원 BCP에서 공간은 크게 두 가지 관점에서 다루어진다. 첫째는 평시 필수 진료공간의 기능유지이다. 재해거점병원은 응급실, 중환자실, 수술실, 분만실, 투석실, 영상의학과 등 핵심 부서가 재해 발생 이후에도 일정 수준의 기능을 유지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각 부서의 공간 구성과 동선, 라이프라인 공급 조건을 BCP에 명시하도록 요구하고 있다(MHLW, 2017b). 둘째는 비진료공간의 임시 진료공간 전환이다. 도쿄도 가이드라인(Tokyo Metropolitan Government, 2018)은 다수의 환자 수용을 위한 공간 전략으로 다음의 원칙을 제시한다. 복도, 대기실, 회의실, 식당, 재활센터 등 평시 비진료공간을 트리아지(응급상황 시 치료의 우선순위를 정하기 위한 환자 분류) 구역, 응급처치 구역, 경증⋅중등증 환자 수용공간, 임시 병동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사전에 계획하고 도면화할 것을 요구한다. 또한 응급실⋅병동⋅수술실 등이 피해로 사용 불능이 될 경우를 대비하여, 대강당⋅다목적홀⋅재활실 등을 대체공간으로 활용하는 시나리오를 검토하도록 되어 있다. 아울러 트리아지 지점, 환자 수용 구역, 시신 안치 장소, 환자⋅직원⋅구급차 동선을 병원 평면도상에 표시하고 BCP 및 재해대응 매뉴얼에 포함할 것을 권고한다.

3.4 BCP에서의 설비⋅비구조체의 내진성능

일본 병원 BCP에서 설비와 비구조체는 주로 라이프라인 관점에서 관리된다. 재해거점병원용 BCP 샘플과 체크리스트는 전기, 수도, 의료가스, 연료, 통신 등 주요 라이프라인에 대해 현재 용량과 비축량, 공급 가능 일수, 대체수단 확보 여부 등을 파악하도록 요구하고 있다(MHLW, 2017b).
그러나 병원의 실제 지진 피해 사례를 통해 이러한 설비⋅비구조체의 내진화가 구조체에 비해 뒤처져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Kudo et al. (2013)은 동일본대지진 당시 미야기현 재해거점병원의 피해를 조사한 결과, 의료가스, 전력, 통신, 정보시스템 등의 손상이 병원 기능 정지의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하였다.
이에 대해 NPO법인 내진종합안전기구(Japan Aseismic Safety Organization, JASO)의 「병원내진가이드」는 이러한 내용을 중소규모 의료기관에 적용할 수 있도록 정리한 지침이다(JASO, 2014). 이 가이드는 병원 내진화의 대상을 Table 3과 같이 구조체, 건축 비구조체, 건축설비, 의료기기의 네 가지로 분류한다. JASO 가이드는 이들 4요소를 의료BCP와 연계하여 시설(하드웨어)과 운영(소프트웨어)을 통합하는 종합 내진성능 확보 개념을 제시하며, 시설 진단에서 단계별 보강 계획 수립에 이르는 프로세스를 통해 BCP와 조화된 내진계획을 수립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Table 3
Elements of Hospital Seismic Protection (JASO, 2014)
Element Components (Example) Major Damage Types
Structural components Columns, beams, bearing walls Collapse, inter-story drift
Non-structural components Ceilings, exterior walls, partitions, glass Falling, scattering, overturning
Building services Piping, ducts, water tanks, generators Damage, leakage, power outage
Medical equipment Patient monitors, ventilators, dialysis machines Overturning, damage
국토교통성의 「방재거점 건축물 기능유지 가이드라인」에서는 구조체뿐 아니라 비구조체와 건축설비의 내진성능을 확보하도록 명시되어 있다(MLIT, 2017). 이 가이드라인은 병원을 방재거점 건축물의 대표적 사례로 제시하면서, 응급실⋅수술실⋅중환자실 등 기능유지가 필요한 주요 실과 이에 이르는 경로에 대해 상향된 내진성능 확보를 요구한다. 비구조체에 대해서는 천장 탈락 방지, 외벽과 유리의 변형 추종, 칸막이 전도 방지, 마감재 낙하 방지 등을 관리항목으로 제시하고, 설비에 대해서는 배관⋅덕트의 변위 흡수, 케이블트레이 낙하 방지, 기기 앵커 고정 등을 요구한다.

4. 고 찰

4.1 일본 사례의 시사점

일본의 재해거점병원 제도와 BCP 체계는 1995년 한신⋅아와지대지진 이후 30년에 걸쳐 발전해왔다. 특히 2016년 구마모토지진을 계기로 BCP 수립이 의무화되면서, 병원의 재해대응 역량 강화를 위한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었다. 본 연구에서 분석한 일본의 가이드라인들은 몇 가지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첫째, 일본에서는 병원 기능, 공간, 설비의 연계를 다양한 수준에서 다루고 있다. 후생노동성 템플릿은 업무영향분석을 통해 우선업무를 도출하고 이를 수행하는 공간과 필요 자원을 연계하여 관리한다. HEAJ 가이드라인은 재해 시 계속해야 할 7가지 기능을 정의하고, 각 기능에 대응하는 공간과 설비를 체계적으로 정리하였다. 국토교통성 가이드라인은 기능유지가 필요한 주요 실을 특정하고, 해당 실의 비구조체와 설비에 대해 상향된 내진 기준을 제시한다. JASO 가이드는 구조체, 비구조체, 설비, 의료기기의 4요소를 BCP와 연계한 종합 내진화 개념을 제안하였다. 이에 비해 국내 병원 관련 지침과 제도는 응급의료체계와 인력⋅장비 운영에 대한 규정이 중심을 이루고 있어, 병원 기능⋅공간⋅설비를 일체적으로 연계하는 가이드라인은 아직 충분히 마련되어 있지 않다.
둘째, 일본의 재해거점병원 BCP는 평상 시 진료공간의 기능유지뿐 아니라 비진료공간의 임시 진료공간 전환까지 포괄한다. 도쿄도 가이드라인에서 제시하는 대응력 증가 전략은 복도, 회의실, 식당 등을 트리아지 구역이나 임시 병동으로 전환하는 계획을 사전에 수립하도록 요구한다. 이는 재해 시 의료 수요 급증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이러한 전환이 가능하려면 평시 비진료공간의 비구조체와 설비 역시 기능유지 대상으로 고려해야 한다.

4.2 공간 기능유지 관점에서의 시사점

본 연구의 분석을 통해 다음과 같은 시사점을 도출할 수 있다.
첫째, 병원 BCP는 운영 계획과 시설 기능유지를 통합적으로 다루어야 한다. 기존의 병원 BCP 연구는 주로 인력 배치, 물자 조달, 업무 절차 등 운영적 측면에 초점을 맞추어 왔다. 그러나 아무리 정교한 BCP를 수립하더라도, 수술실 천장이 탈락하거나 의료가스 배관이 파손되면 해당 공간에서의 의료행위는 불가능하다. 일본의 JASO 가이드가 시설(하드웨어)과 운영(소프트웨어)을 통합하는 종합 내진화 개념을 제시한 것은 이러한 인식에 기반한다.
둘째, 비구조체와 설비의 내진화에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 기존의 건물 내진화 연구는 구조체 안전성 확보에 집중해왔으나, 실제 지진 피해 사례에서 병원 기능 정지의 주요 원인은 구조체 붕괴보다 비구조체 탈락이나 설비 손상인 경우가 많았다. Northridge 지진에서 LA 카운티 병원의 9%가 비구조체 피해로 대피한 사례(Schultz et al., 2003), 구마모토지진에서 조사 대상 시설의 31%가 설비 손상으로 기능을 상실한 사례(Achour and Miyajima, 2020)가 이를 뒷받침한다.
셋째, 필수기능을 기준으로 보호 대상 공간과 설비를 특정하는 접근이 유효하다. 건물 전체를 동일한 수준으로 내진화하는 것은 비용과 시간 측면에서 현실적이지 않다. 일본의 국토교통성 가이드라인이 기능유지가 필요한 주요 실을 특정하고 해당 실에 대해 상향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이러한 선택과 집중의 논리에 따른 것이다. BCP에서 도출된 필수기능을 기준으로 우선 보호해야 할 공간을 특정하고, 해당 공간 내 비구조체와 설비의 기능유지 요건을 체계화하는 접근은 건축 및 설비 분야와 병원 운영 분야를 연결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4.3 국내 재난거점병원 BCP 수립을 위한 적용 방향

일본 사례를 통해 확인한 것은 재해거점병원 제도와 병원 BCP가 연계된다면 지진 대응을 체계적으로 준비할 수 있다는 점이다. 국내에서도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개정으로 재난관리책임기관의 기능연속성계획 수립이 의무화되었으나, 개념에 대한 이해 부족과 표준 지침 부재로 실제 도입은 지연되고 있다(Ann and Chung, 2022). Son et al. (2017)이 ISO 22301 기반의 공공기관 업무연속성관리체계 모형을 제시하였고, Choi and Choi (2018)는 행정 BCP 분석을 통해 자원 피해, 우선업무, 업무수행 특수성의 세 가지 관점에서 분석 틀을 도출한 바 있으나, 병원 BCP와 시설 내진화를 결합한 논의는 아직 부족하다.
이러한 배경에서 국내 재난거점병원 BCP 수립 시 고려할 방향을 세 가지로 제시한다.
첫째, 필수기능과 필수공간을 명확히 정의해야 한다. 일본 HEAJ의 7단계 기능 분류는 입원환자 대응과 구급환자 대응을 축으로 병원 기능을 구조화하고 있다. 이를 국내에 적용하려면 권역응급의료센터, 상급종합병원, 중증외상센터 등 병원 유형에 따라 필수기능을 재정의할 필요가 있다. 가령 중증외상센터는 수술실⋅중환자실⋅영상의학과가 핵심 공간이 되고, 응급의료 거점병원은 응급실트리아지 공간이 우선 대상이 될 것이다.
둘째, 필수공간 내 보호해야 할 비구조체와 설비를 구체화해야 한다. Ahn and Park (2025)은 지진 시 병원과 소방서의 기능 손실이 지역 재난대응력에 미치는 영향을 정량화한 바 있다. 이 관점을 병원 내부로 확장하면, 수술실⋅중환자실⋅응급실⋅전기실⋅의료가스실⋅서버실 등에서 기능유지에 필수적인 비구조체와 설비를 보호 대상으로 지정하고, 손상 시 기능에 미치는 영향과 대체 가능성을 기준으로 우선순위를 설정할 필요가 있다.
셋째, 이러한 체계를 기존의 업무연속성관리체계 및 기능연속성계획 수립 절차와 연결해야 한다. 업무영향분석에서 도출된 우선업무를 필수공간과 연결하고, 해당 공간의 비구조체 목록과 연동하면 운영계획과 시설계획을 함께 수립할 수 있다. Kim et al. (2024)은 인력 배치 방식에 따라 재난 약자 대피시간이 크게 달라짐을 보여주었는데, 이는 인력 운영과 시설 계획을 분리해서 다룰 수 없음을 의미한다. 향후 재난거점병원 BCP 표준안을 마련할 때 본 연구의 필수공간-비구조체 프레임을 통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5. 결 론

본 연구는 병원 BCP에서 공간 기능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필수기능과 필수공간, 필수 비구조체 및 설비 간의 연계하여 분석하였다.
일본 재해거점병원의 BCP와 관련 가이드라인을 분석한 결과, 재해 시 병원기능은 계층적 구조를 가지며 각 기능은 특정 공간과 설비에 의존함을 확인하였다. 일본에서는 후생노동성, 국토교통성, HEAJ, JASO 등 여러 기관의 가이드라인이 상호 연계되어 있다.
국내에서도 공공기관의 업무연속성관리체계, 지방자치단체의 기능연속성계획, 재난관리시설의 지진위험도, 의료시설 인력 운영과 대피효율 등 관련 연구가 축적되고 있으나, 병원 내부의 필수공간과 비구조체⋅설비를 연계한 논의는 아직 부족하다.
본 연구에서 정리한 필수기능-필수공간-비구조체⋅설비 연계 구조는 향후 국내 재난거점병원 BCP 및 기능연속성계획 표준안을 마련할 때, 공간별 우선 보호 대상과 내진성능 요구수준을 설정하는 데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본 연구의 분석 결과는 국내 재난거점병원 BCP 수립에도 시사점을 제공한다. BCP 수립 시 운영 계획과 시설 및 설비의 기능유지를 통합적으로 다루고, 필수공간 내 비구조체와 설비에 대한 기준을 정비해야 하며, 기능과 공간, 설비를 연계하여 BCP를 검토해야 한다.
본 연구는 문헌 분석에 기반한 것으로, 실제 병원 현장에서의 적용 사례 조사는 포함되지 않았다는 한계가 있다. 향후 연구에서는 본 연구에서 제시한 연계 개념을 구체화하고, 병원 BCP 수립과 시설 기능유지에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분류체계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

감사의 글

본 연구는 한국행정안전부의 재원으로,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의 지원을 받아 진행되었음[과제명: 비고정형 의료기기의 지진대응력 향상을 위한 기술 개발 및 실증 / 과제번호: 2310000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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